













2025 겨울편 개인 숲해설 <빛과 그늘> 네 번째 시간은 바롬, 다혜와 함께
빌딩들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숲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새삼스럽게 감동을 주는 풍경이 펼쳐진다. 숲에서 마주하니 익숙한 얼굴도 새롭게 보이고, 낯선 얼굴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진다.
쓰러진 나무와 꺾인 줄기, 잘려나간 가지들, 아름답게 분해되어 가는 나무, 몸통에 오래 자리 잡고 있던 버섯들을 바라보며 정리되지 않은 숲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덤불 속에서는 참새와 붉은머리오목눈이들이 바쁘게 배를 채우고 있었고, 마치 모임 장소라도 정해둔 듯 커다란 버드나무 위에는 수많은 까치들이 모여 있었다. 숲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불편하고 치열하고 소란스러운 곳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
우리는 태어난 자리에서 삶을 마치는 것이 어떤 나무에게는 더 이상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에서 우리는 쓰러진 나무가 곧바로 또 다른 생명의 터전이 되고, 잘려나가지 않은 가지들이 새와 곤충들에게 머무는 집이 되어 있는 모습을 간혹 마주할 수 있었다. 죽음조차 잘라내지 않고 하나의 과정으로 존중되고 있었다. 자연의 질서가 온전하게 흐르는 곳을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