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빛과 그늘 다섯 번째 시간은 솔잎과 함께

2025 빛과 그늘 다섯 번째 시간은 솔잎과 함께

오랫동안 해 오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솔잎과 숲을 걸었다.
그와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어린 나무들이었다. 어린 아까시나무, 어린 산딸기, 어린 은행나무, 어린 단풍나무, 어린 일본목련나무, 어린 참나무들. 커다랗게 자란 어른 나무나 어린 나무나 모두 잎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촉감은 매우 달랐다. 훨씬 부드럽거나 가시가 발달해 있었다.

나무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만들어둔 가시도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 우리네 삶과 비슷해 보였다. 우리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가시를 만들거나, 나 자신을 먹이고 살리기 위해 잎의 면적을 넓히거나 찢거나 또는 현명하게 배열하며 살고 있다.

우리는 벼랑 끝까지 내몰려본 사람만이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숲에서 나눴다. 나를 살리기 위해 해왔던 것들 덕에 지금 숲에서 편안할 수 있었음을 느꼈다. 그 수많은 슬픔과 기쁨의 시간들은 나이테처럼 켜켜이 쌓여 결국 우리를 다시 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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