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늘 일곱 번째 시간은 두루미와 함께
빛과 그늘 시리즈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길목에 겨울이 들어섰다. 단단히 중무장을 하고 만났다. 오늘의 숲은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아름과 만났다. 그가 스스로 지은 자연 이름이 꽤 귀엽다. 오늘만큼은 ’두루미‘로 불러본다.
나는 첫 서울 살이를 두루미와 함께 했다. 우리는 아주 긴 그늘 밑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버텼다. 웃고 울고 떠들며 서로의 결핍을 보듬어주고 채워줬다. 서로에게 선물할 수 있는 가장 큰 우정을 나누었다.
그래서였을까, 오늘 우리는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지의류와 콩과 식물, 그리고 뿌리혹박테리아의 이야기에 깊이 빠졌다. 치열한 숲에서 서로의 손을 맡잡고 있는 그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구나 싶었다.
숲 바닥엔 나무가 이룬 것들, 나무가 떠나보낸 것들이 가득했다. 올해 우리가 이룬 것과 떠나보낸 것을 떠올리며 전시회도 했다. 나뭇가지에 매듭을 지으며 한 해를 갈무리하고, 수고한 낙엽들을 꽂으며 스스로를 안아주었다.
갑자기 추워진 오늘 ! 같이 걸으니 마음만큼은 겨울 햇살처럼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