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친구의 전시를 보고 카페로 이동하던 중, 백송 여러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여의도공원에서 보았던 백송이 떠올라 여기에 도 있구나 하고 반가웠다. 이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뒤에 있던 커다란 죽 은 나무. 하얀 껍질을 우아하게 뽐내는 백송 여러 그루 뒤에 있던 죽은 나무도 마찬가지로 백송이었다. 그 나무는 벼락을 맞아 죽었다고 안내판에 적혀있었다.
나무는 더 이상 백송 다운 하얀 몸을 갖고 있지 않았다. 잘려나갔는데도 덩치가 커서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컸을까? 싶었다. 마침 전시에서 들었던 단편선의 ’거인‘이라는 노래가 떠오르기도 했다.
죽은 나무에는 그의 잘려나간 몸뚱이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식물들도 보였다. 기묘한 싱그러움이었다. 죽은 것과 산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숲이 생각났다. 죽어 썩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분해되는 것이라던 누군가의 얘기가 떠오르게 만들던 고사목.
나무는 아무 생각도 없겠지만 언제나 나는 이야기를 붙이며 나무를 바라보 게 된다.
(+) 덧붙여 얼마전 보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도 떠오른다. 나무가 죽어 아름답게 분해될 수 있는 것도 이 도시에서는 사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개포동 주공아파트에 살던 나무들은 모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