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빛과 그늘 이홉 번째 시간은 달래, 풀피리, 애기똥풀과 함께
다람쥐들이 사람으로 변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었던 세 사람과 작고 귀여운 성미산에 갔다. 숲이 시작된다고 일러주던 국수나무는 작고 하얀 꽃을 피워놓은 채 우리를 반겨줬다. 곳곳마다 숲의 향기가 달랐다. 어떤 곳은 아까시나무 꽃의 달콤한 향기가 가득했고, 어떤 곳은 때죽나무 꽃의 우아한 향기가 가득했다. 또 어떤 곳은 땅바닥에 떨어진 일본목련나무의 꽃잎에서 나는 달큼한 풍선껌 향기가 은은하게 감싸고 있었다.
숲에 다녀오면 더 이상 초록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다. 몰랐던 것들이 보이고 들려지던 순간은 마치 누군가가 조용히 귓가에 자연의 언어를 속삭여준 것처럼 느껴졌다.
이름도 모르고 지나쳤던 나무 한 그루가 이제는 오랜 친구처럼 반가워진다. 이 조그만 산과 다람쥐 같은 사람들과의 하루가 다정한 기척으로 마음 어딘가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숲은 늘 그렇게,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을 살그머니 다시 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