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편 개인 숲해설 <빛과 그늘> 마지막 시간은 스이와 함께

2025 가을편 개인 숲해설 <빛과 그늘> 마지막 시간은 스이와 함께

스이는 내가 진행하는 숲해설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해 주었다. 같은 숲을 여러 차례 들여다 보기도 하고, 다른 숲에서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기도 했다. 계절마다 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촘촘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래도 내게 여전히 전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스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늘 고마운 사람이다.

우리는 다소 아프고 지친 상태로 만났다. 그간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다 나무에 시선을 빼앗겨 이야기가 끊어지기도 하고, 나무를 보다가 일상 속 작은 사건들이 떠올라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땅채송화의 앙증맞음에 감탄하고, 자귀나무의 꼬투리를 보며 잘 익은 붕어빵을 떠올리며 깔깔댔다. 생강나무의 꽃눈을 보며 내년 봄을 기약하고, 잎이 다 지고 남은 빈 가지를 보며 겨울 숲을 거닐기로 약속했다.

나무는 엽록소를 회수하고 떨켜층을 만들어 잎을 땅 위에 내려놓는다. 때에 맞춰 자신의 속도를 이어간다. 우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제 단풍이 들고 잎을 내려놓을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고요한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스이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그래 좀 쉬어보자. 나를 돌보자. 한 평생 자기 자신을 아는 것에 힘을 쓰는 나무처럼. 지나가는 계절을 놓아주자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