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가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말과 눈빛, 그리고 몸짓을 찾고 또 찾아보았다. 웬만한 것은 마땅치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밖에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내려놓고 그냥 나란히 앉아 가만히 그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 사람이 보내는 시간을 나도 오롯하게 느껴봐야겠다 싶었다. 그 시간을 보내며 '서리'를 써 보았다. 언제나 그랬듯 봄을 몰고 오던 자연처럼, 나도 누군가의 서리 얼은 마음에 봄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나는 사실 울고 싶을 때마다 허허 웃어버리는 습관이 있다. 그럴 때 울고 싶으면 울으라는 말이 들려오곤 했는데 솔직히 참 야속하게 들렸다. 위로해 주겠다고 다가오는 이들이 있다면 한편으론 또 부담이었다. 슬픈 사람을 둘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꾸역꾸역 참아보려 했다. (물론 다 티가 나는 편이다)
꽃은 웃어도 소리는 나지 않고, 새는 울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문장에서 내 곁의 수많은 꽃들과 새들이 떠올랐다.
어쩔 땐 똑부러지게 사는 것 같다가도 내 문제 앞에서는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모두에게나 바보가 되는 시간이 있겠지. 그런 시간을 보낼 때면 이 노래를 떠올려 줬으면 좋겠다.
바보가 되어 어찌해야 할지 몰라 끙끙대고 있을 때마다 곁에서 가만히 앉아 나를 기다려준 이들이 있다. 굳이 '사랑'이나 '우정' 그리고 '위로'라는 이름으로 분류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지던 마음들이었다. 그 따스함이 비틀거리곤 있지만 그래도 한번 일어나 보자!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도 그런 마음을 노래하고 싶었다. 나의 슬픔에 나를 가둔 채 슬픔을 참거나, 배설하듯 날이 선 노래를 부르던 내가 사랑의 마음을 노래한다.
나의 삶을 짐작하려 들지 않아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덕분에 완성한 '서리'라는 노래를 편지에 담아 보냅니다.
2024.04.15. 월
이서영 드림